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석상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다. 두 사람은 이른바 ‘채널A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로, 법적 공방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이런 악연 때문인지 두 사람은 이날 말꼬리 잡기 식의 공방까지 불사하며 회의 내내 감정의 앙금을 여과없이 드러냈다.최 의원이 이날 ‘사법 살인’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는 인혁당 사건을 끄집어내 검찰의 지난 과오를 추궁했다. 최 의원은 “검찰이 과거 인혁당 사건의 재심으로 이어져서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저지른 잘못이 과거에 있었느냐”라고 물었고, 이에 한 장관은 “지금 검찰이 한 건 아니다”라고 즉각 받아쳤다. 최 의원이 “뻔히 아는 내용은 인정하고 가라”고 하자, 한 장관은 “말씀을 하세요 그냥”이라며 맞받았고, 화가 난 최 의원이 “그따위 태도를 하면…”이라며 자세를 문제 삼자 한 장관도 “저는 그렇지 않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한 장관은 심지어 최 의원이 계속해서 인혁당 사건 관련 입장 표명을 요구하자 “저의 형사사건의 가해자인 위원님께서 저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최 의원은 “그런 식의 논법이라면 댁이 가해자고 내가 피해자”라고 했고, 한 장관은 “댁이요, 댁이라고 말씀하셨어요?”라고 되묻는 등 날선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최 의원이 “대한민국 입법기관에게 그런 태도를 보이나”라고 하자 한 장관은 “저도 지금 국무위원으로서 일국의 장관인데 그렇게 막말을 하나”라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사람의 말싸움이 이어지자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나서서 “그따위, 저따위란 말이 나오고 그러면 안 되지 않느냐”라면서 “(한 장관의)대응도 매끄럽지 못한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당부드린다”며 두 사람의 자제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두 사람의 충돌 배경인 채널A 사건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 코리아(VIK) 대표에게 접근해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유시민 전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의 범죄 혐의를 자백하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이 주요 내용이다. 최 의원은 2020년 4월 페이스북에 이 사건과 관련해 이 전 기자가 하지 않은 발언을 올려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중이다. 이 사건은 현재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으며 검찰은 지난 7월 결심공판에서 최 의원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반면 한 장관은 이 사건과 관련, 이 전 기자와 공모해 이철 전 대표에게 유 전 장관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한 진술을 강요한 혐의로 ‘이성윤 검찰’ 의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 수사심의위는 한 장관에 대해 ‘불기소’ 권고를 내렸고, 대선 이후인 올해 4월 2년 만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이 전 기자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현재 2심 재판 중이다.이와 관련, 최 의원은 이날 오전 질의에서 자신의 법사위 참석에 대해 국민의힘 측에서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자 “(한 장관은) 본인은 피해자라 주장하지만 내가 더 피해자라고 보는 견해가 많지 않느냐”라고 했고, 이 발언 도중에 한 장관이 돌연 최 의원을 향해 “기소되셨잖아요. 그러니까 이해충돌이 있다는 얘기”라고 최 의원을 공박했다. 이에 최 의원은 한 장관을 향해 “어디 끼어들어 가지고…지금 신상 발언하는데, 그런 태도를 바꾸란 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최 의원은 “법사위의 분위기를 흐리고 파행을 유도하고 이런 걸 원하시는지 모르겠는데 그만하기 바란다”며 “제가 법사위원의 지위를 남용해서 사건과 재판에 관여하고, 압력을 넣으려고 했다면, 제 사건의 처리 결과가 지금 계속 그 모양 그 꼴로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도 충분히 아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고, 이에 한 장관은 발언 기회를 얻어 “그 사건의 사실상의 피해자는 저고 가해자는 최 위원”이라며 “가해자가 법사위원회 위원의 자격을 이용해서 피해자에게 어떤 충돌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과연 국회법상 이해충돌 규정에 허용하는 것인지 저는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끝까지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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