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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장애인 모자탄 전동휠체어 교통사고
복지관 보행로 중간에 가로수·벤치 있고
보행로 폭 좁아 휠체어 지나가기 어려워
사고 후 뒤늦게 부산시 보행환경 점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차가 다니는 도로를 가던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몬 원인으로 열악한 보행환경이 지목되고 있다.

장애인 모자가 전동휠체어를 차도에서 타다 어머니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27일 오후 1시. 부산 영도구 동삼동의 한 복지관 앞 도로 펜스에는 ‘사망 교통사고 발생지점’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도 전동휠체어를 탄 노인과 장애인은 여전히 차도 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곳 인도로는 전동휠체어가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인도에 설치된 보도블록은 울퉁불퉁했고, 보도블록이 빠진 채 방치된 곳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도로 위 횡단보도로 이어지는 인도의 턱을 깎지 않아 전동휠체어로는 횡단보도를 건너기 어려워보였다.
보행로 한복판에 가로수나 벤치가 있는 곳도 있었다. 전동휠체어가 통과하려면 인도 폭이 최소 90㎝는 돼야 하지만 동삼동 일대 인도의 폭은 70~80㎝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인도 위에 버스 정류장과 벤치가 있으면 전동휠체어는 차로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상 교통 약자의 통행에 지장을 주지 않게 보행 안전지대 밖에 가로수나 전신주·간판 등을 설치하도록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전동휠체어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가 아닌 ‘보행자’여서 인도로만 다녀야 한다. 하지만 보행로가 아닌 차도에서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을 이날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서 40년 넘게 살았다는 구란(73)씨는“인도가 울퉁불퉁하고 가팔라서 걷기조차 힘들다”며 “구청에서 인도 폭을 넓히거나 가로수를 뽑아내지 않는 한 전동휠체어를 인도에서 타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6일 전동휠체어를 차도에서 타다 택시에 치여 사망한 이모(67)씨 모자가 차도 위를 내달린 것도 열악한 보행환경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청각장애인 4급인 이씨는 이날 오전 0시쯤 아들 손모(44)씨의 전동휠체어를 함께 탔다. 아들 손씨는 지체 장애 5급으로 거동이 어려워 전동휠체어를 자주 이용했다.

모자가 사는 영구임대아파트를 불과 200m 앞둔 차도에서 모자는 좌회전하던 택시와 정면으로 부딪쳤다. 아들 무릎 위에 앉아 있던 이씨는 충돌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고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10시간 뒤 숨졌다. 아들 손씨도 중상을 입었다.
사고 발생 후 부산 경찰은 사고 발생 지점에 있는 도로 위 횡단보도 2곳을 10㎝가량 높여 과속방지턱 역할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횡단보도 위에 조명을 설치하고, 인도의 가로수를 가지치기해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확보하도록 할 계획이다.

부산시는 장애인 보행환경 특별점검에 나섰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장애인이 빈번하게 오가는 장애인복지관 주변 도로의 보행환경 개선을 시작으로 부산 시내 모든 지역에 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 등을 다시 점검하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

부산 영도구청은 중상을 입은 손씨를 위해 모금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영도구 관계자는 “부산시 사회복지 행정 연구회 주관으로 1일부터 모금 운동을 펼칠 것”이라며 “모금액과 함께 손씨에게 기초생활수급비, 장애수당 등 매월 60만원 정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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