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조선 중기 시인이며 학자였던 고산(孤山) 윤선도(1587~1671)의 대표작인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의 배경은 전남 보길도로 알려져 있다.

보길도 낙서재(완도=연합뉴스) 임귀주 기자 = 전남 완도 보길도에 있는 낙서재는 고산 윤선도의 서재이자 거처였다. 2018.3.16

서영상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수산연구소 자원환경과장은 어부사시사의 배경에 부산 기장 지역도 포함된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는 함경도와 전라도 보길도 부용동을 중심으로 유배 생활을 17년 동안 하던 작가의 생애가 반영돼 전라도 일대 바다에서 지어졌다고 기록됐다.

서 과장은 이와 관련해 어부사시사 구절을 보면 기장지역을 떠올리는 곳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윤선도는 정확히 400년 전인 1618년 11월 32살의 나이에 부산 기장에 유배돼 6년 동안 지낸다.

해양학자이자 시인인 서 과장은 어부사시사를 보면서 의문을 품었다.

여름을 노래한 하사 1절에 연강첩장(안개강과 첩첩이 둘린 산)과 3절에 '마름 잎에 바람나니 봉창이 서늘하구나'(여름철에 안개와 수생식물에 바람나니 서늘하다) 구절을 보면 기장 연안에 여름철이면 발생하는 냉수대와 관련된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고산 선생 비석일광면 삼성대에 고산 선생 한시 3수를 새긴 비석.
[서영상 박사 제공]

기장 연안에서 측정된 7월 최저 수온 13.7도가 1월 최고 수온 15.1도보다 1.4도나 더 낮다. 이는 여름철 매우 차가운 북한 한류가 동해 연안을 따라 수심 50ｍ 층을 중심으로 남하해 기장 앞바다에서 남풍이 불 때 종종 해수 표면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

어부사시사 하사 3절 끝에 '북포구 남강이 어디 아니 좋을런가' 구절도 기장지역이 연상된다고 한다.

기장의 강촌을 따라 바다로 나오면 북쪽에는 여러 포구가 있고 남쪽에는 수영강과 낙동강이 있어 표현상 포구와 강의 위치가 잘 맞아떨어진다는 게 서 과장의 주장이다.

가을을 노래한 추사의 6절에서 나오는 '홍슈청강'(단풍잎 맑은 강이 물리지도 아니한다)에서 청강은 지금의 기장군청 뒤를 흐르는 청강과 주변 지역명 청강리와 일치한다고 해석했다.

기장군 고산 유적지기장읍 죽성리 일원 유적지와 고산 윤선도 선생의 추정 적거소 [서영상 박사 제공]

서 과장은 "이밖에 겨울을 노래한 동사 4절에 바다에서 강촌을 본 경치를 묘사하는 장면과 7절 거구세린(큰 주둥이 가는 비늘) 등에서도 기장 어촌마을과 어부의 생활 모습이 녹아 들어있고 어류의 형태나 생태 등 과학적 근거도 뒷받침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오는 17일 오후 2시 부산 기장군에서 조선 시대 3대 가인(歌人) 중 한 명인 윤선도가 기장에 유배 온 지 400주년을 기념하는 문학행사가 아난티코브 후원으로 열린다.

이 행사에서 서 과장은 '어부사시사를 보면 기장이 보인다'를 주제로, 황구 기장문화원 향토연구소장이 '기장과 윤선도 아름다운 가인의 흔적'을 주제로 각각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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