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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는 또 하나의 푸치니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국립오페라단이 2021년 국내 초연한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La fanciulla del West)>를 3년 전과 같은 파산신고 연출(니콜라 베를로파)과 무대세트로 재공연한 것이다. 그러나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라인업을 발표했을 당시, 서부의 아가씨 공연 소식을 접한 일부 오페라 전문가와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실망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는 최상호 단장 취임 이후 발표된 연간 공연 계획에 브리튼의 <한 여름밤의 꿈>,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 바그너의 <탄호이저> 등 국내에서 보기 드 전세보증금담보대출 문 고품격 오페라들이 포함된 것과 대조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푸치니의 작품 중 상대적으로 상연 빈도가 낮고, 유명 아리아가 없어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서부의 아가씨>를 재연한다는 것이 의외의 선택이다는 것. 



1막 배경인 술집 '폴카'의 광부들 / ⓒ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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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서부의 아가씨>는 미국 무대에서 주로 공연되며 독특한 현대적인 음악과 극적 구성을 인정 받아왔다. 특히, 1막에서 딕 존슨(테너)이 여주인공 민니(소프라노)를 향해 마음을 고백하는 아리아 '말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Quello che tace)'의 사랑의 테마는 뮤지컬 역사상 최고의 작품 본인명의 휴대폰 으로 꼽히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 주 선율로 인용되며 원작의 작품성을 증명했다. 또한, 푸치니가 <서부의 아가씨> 이전 발표한 오페라 <나비부인·Madama Butterfly>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원작에서 베트남으로 무대를 옮겨 뮤지컬 <미스 사이공>으로 재탄생하며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 푸치니 오페라의 영향력을 보여주었다.
주휴수당 지급기준 서부의 아가씨는 여느 오페라와 달리 성악가들의 대사나 아리아가 작품 전개의 중심이 되지 않는다. 지휘자가 이끄는 오케스트라의 긴장감과 속도감이 영화와 같이 전개되는 오페라를 이끌어가는 유일한 척도가 된다.
1910년 12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초연된 '스파게티 웨스턴' 오페라는 독특한 시작을 보여준다. 1막의 첫 대사는 술집 폴카를 찾은 광부들이 건네는 단순한 '헬로(Hello)'다. 이 짧은 인사말은 단순히 작품 속 대사를 넘어, 미국 관객들에게 푸치니가 보내는 인사이기도 하다.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골드러시 시기의 미국 캘리포니아로, 1막에서는 고향에 가족을 두고 돈을 벌겠다는 일념으로 금광에 모여든 광부들이 술집 ‘폴카’에 집결하는 장면이 그려진다.여주인공 민니(소프라노)는 향수에 젖은 광부들에게 성경을 가르치고, 그들이 맡긴 금을 안전하게 보관해주는 인물이다. 민니를 탐내는 보안관 잭 랜스(바리톤)와 자신의 도적 두목 신분을 숨기고 술집을 찾은 딕 존슨(본명 라미레스·테너) 또한 이곳에 모여 드라마가 시작된다.



1막 제이크 윌리스의 노래하는 장면 / ⓒ국립오페라단


광부들은 모두 민니를 동경하며 그녀를 사랑하지만, 이들의 삶은 고되고 가난하다. 실제로 19세기 골드러시 시절 기록에 따르면, 금광에서 큰 수익을 올린 광부는 드물었고, 오히려 곡괭이, 삽, 그리고 질긴 청바지 같은 장비를 팔던 상인들이 돈을 벌었다고 한다. 작품 속에서도 가난한 광부들의 애환은 음유시인 제이크 월리스의 향수 어린 노래로 표현된다. 



1막 폴카에서 카드게임 중 속임수가 발각된 광부와 잭 랜스 / ⓒ국립오페라단


푸치니는 이 작품에서 광부들을 단순한 등장인물이 아닌, 작품의 배경과 캐릭터를 동시에 상징하는 존재로 묘사한다. 광부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동료를 위해 돈을 모아주는 따뜻한 면모를 보이는 동시에, 카드 게임에서 속임수를 쓴 동료에게는 가차 없이 폭력을 행사하는 냉혹한 면모도 드러낸다. 이를 통해 푸치니는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의 이중적 모습을 예리하게 그려낸다.
2막에서는 민니가 딕 존슨을 구하기 위해 보안관 잭 랜스와 운명을 건 카드 게임에 나서며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막에서 마치 교회 언니 같은 순수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민니는 2막에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잭 랜스와 대치하며 용기를 발휘한다.



광부들에게 붙잡힌 딕 존슨 / ⓒ 국립오페라단


이 장면은 민니의 오두막을 배경으로 펼쳐지며, 인디언 캐릭터인 빌리 잭래빗(베이스)과 위클(메조소프라노)이 등장한다. 이들은 나비부인에서 초초상을 지켜주는 스즈키(메조소프라노)를 떠오르게 하는 역할이다. 이들은 미국 제국주의의 영향으로 인한 불평등을 암시하는 상징적 계급의 인물들이다.



총을 든 광부들의 모습 / ⓒ 국립오페라단


3막에서는 민니의 마음을 사로잡은 딕 존슨을 미워하는 광부들이 마침내 보안관 잭 랜스와 함께 존슨을 체포한다. 그러나 민니는 술집 폴카의 바텐더 닉과 함께 등장해 광부들에게 한 명 한 명 간절히 부탁하며 딕을 놓아줄 것을 호소한다. 결국 광부들은 그녀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여 딕을 풀어주고, 두 사람은 새로운 세계로 떠난다. 이 장면에서 민니는 단순히 사랑을 쟁취하는 여성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사랑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주도적이고 현대적인 여성으로 그려진다. 푸치니는 자신의 오페라 <나비부인>과 <서부의 아가씨>에서 미군 핑커톤과 도적 두목 라미레스(딕 존슨)를 무책임하고 능력 없는 미국인으로 묘사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본능만을 좇아 타인이 겪을 삶의 무게는 무시하는 이기적인 인물들이다. 푸치니는 이를 통해 당시 미국 사회의 제국주의적 성향과 그로 인한 도덕적 결핍을 비판적으로 반영했다.



A팀 민니 역 소프라노 임세경과 소노라역 바리톤 정제학 / ⓒ 국립오페라단


국립오페라단의 서부의 아가씨는 3년 전 초연 무대와 비교해 완성도가 크게 향상됐다. 특히,  전 단장의 재임 시절에 제작된 오페라를 다시 무대에 올린 점은 칭찬할 만하다. 더욱이, 국립오페라단의 소속 솔리스트인 메조 소프라노 김세린을 비롯해 바리톤 정제학, 베이스 최공석, 박의현 등의 성악가들이 인디언 위클 부부역과 광부 역할을 맡아 주인공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선보였다. 이들의 무대는 국립오페라단의 젊은 성악가 육성 시스템의 성과를 증명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기대되는 차세대 오페라 스타들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소노라 역의 바리톤 정제학은 1막 술집 폴카에서 잭 렌스 역의 바리톤 양준모와 대치하는 장면에서 강렬하고 당당한 연기를 펼치며 기세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B팀 민니 역의 소프라노 김은희 / ⓒ국립오페라단


첫 공연에서 민니 역을 맡은 소프라노 임세경은 올해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의 토스카 역과 <나비부인>의 초초상 역에 이어, <서부의 아가씨>에서도 민니 역을 노래했다. 임세경은 푸치니 오페라 무대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소프라노로 평가 받는다. 그는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의 작품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자신만의 확고한 연기를 선보여왔듯이 이번 작품에서도 1막부터 3막까지 점차 대담해지는 민니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그려냈다.



A팀 딕 존슨 역의 테너 박성규와 민니 역 소프라노 임세경 /ⓒ 국립오페라단


소프라노 김은희는 또 다른 매력의 민니를 선보였다. 그녀는 프레이징의 끝부분을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테크닉을 통해 목소리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고음에서는 정확한 피치로 압도적인 성량을 발산했다. 다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차 대담해지는 민니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연기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었다.



보안관 잭 랜스 역의 바리톤 양준모 / ⓒ국립오페라단


남자 주인공 딕 존슨(라미레즈)으로 출연한 테너 박성규는 섬세하면서도 강력한 발성과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의 흐름을 완벽하게 이끌었다. 그의 가창을 듣는 내내 안정감 있는 성악을 선보이며, 실수에 대한 걱정 없이 공연에 몰입할 수 있었다.



2막에서 기절한 딕 존슨에게 총을 겨누는 잭 랜스와 존슨을 구하려는 민니 / ⓒ 국립오페라단


잭 랜스 역의 바리톤 양준모는 흠잡을 데 없는 연기와 가창을 선보였다. 그는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는데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서 악역 스카르피아를 노래했을 때처럼 짙은 카리스마와 어두운 음색으로 잭 랜스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바람 소리를 내는 악기 윈드머신 / ⓒ 한경아르떼필


오페라 <서부의 아가씨>의 음악 총책임을 맡은 지휘자 홍석원은 쉼 없는 음악으로 드라마를 이끌며, 이 작품이 초연 당시 뉴욕에서 푸치니에게 성공을 안겨준 이유를 증명했다. 특히, 2막과 3막에서 캘리포니아의 겨울 바람을 표현하는 윈드머신 소리를 악보와 달리 길게 연주하며 관객들이 추위가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푸치니는 이탈리아의 선배 작곡가 베르디가 <리골레토>에서 불협화음의 남성 중창을 통해 바람소리를 표현한 방식보다 훨씬 더 사실적인 바람소리를 만들어내고자 했는데 홍 지휘자는 이러한 푸치니의 의도를 완벽하게 살리며 황야에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에 실린 감각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서부의 아가씨>의 연출적인 부분에서 2막 중 잭 랜스와 딕 존슨의 대치 장면, 특히 계단을 내려오는 딕 존슨을 향해 잭 랜스가 총구를 겨누는 장면이 다소 어설프게 느껴졌지만 대체적으론 웰메이드공연이었다. 국내 성악가들로 주인공을 구성하고 직접 육성한 주·조역 성악가들을 재연 작품에 출연시킨 점은 국립오페라단만이 보여줄 수 있는 독자적인 시스템과 인프라를 잘 활용한 부분이었다. 국립오페라단이 <서부의 아가씨>를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 공연으로 선정한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조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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