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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막을 내린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일부 축구·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병역특례 혜택’ 관련 발언을 계기로 병역특례 제도 축소·폐지 여론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 폐지·개편 요구가 잇따르고, 국방부가 예술·체육요원을 포함한 보충역 감축·폐지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1973년 도입된 예·체능 병역특례가 존폐 갈림길에 서게 됐다. 사태 전개에 따라 산업기능요원·전문연구요원·승선근무예비역 등을 포함한 병역특례 제도 전반의 축소·폐지로 불길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로 만 53년을 맞은 병역특례 제도의 도입 배경과 과정, 운용 실태, 논의 방향 등을 살펴본다.
1. 병역특례 제도란
병역특례 제도는 1970년대 ‘국위선양’이라는 명분과 과열된 남북 간 체제경쟁의 영향으로 탄생했다. 체육 관련 병역특례 제도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거론된 것은 남북 간 경제력이 역전되던 시.인 1972년 뮌헨 올림픽부터다. 당시 한국은 은메달 1개를 따내 금·은메달 각 1개와 동메달 3개를 획득한 북한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국제대회에서 체제 우월성을 보여주기 위해 선수들에게 보상책을 제시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기에 더해 6·25전쟁 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청년이 되면서 병역 대상 자원이 급증한 것도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 논리의 현실적 배경이 됐다. 1970년대 현역병 입영자 규모는 연 17만∼18만 명 수준으로 입영 가능한 인적 자원은 30만 명을 웃돌았다.
2. 병역특례 제도 실시 현황은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규제에 관한 법률’(병역특례법)이 만들어지면서 현역 복무에 적합한 자 중 한국과학원 학생, 군수업체·연구기관 종사 기술자·기능사, 주요 기간산업체 취업자와 함께 국위를 선양하거나 문화·체육 발전에 기여한 학술·예술·체능 특기자 등에게 군 복무 대신 해당 분야 활동을 허용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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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역특례는 기업·연구기관이 인력을 채용하는 제도와 예술·체육요원 편입으로 크게 나뉜다. 병무청의 보충역 대체복무 인원 및 내용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대체복무 인원 중 예술·체육요원(복무 기간 34개월)으로 복무하는 인원은 125명이다.
3.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는
체육요원 병역특례는 국제대회 성과에 따라 보충역으로 편입돼 대체복무하는 방식이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금메달 획득 시 대체복무 자격을 얻어 4주 기초군사훈련 후 34개월간 종목활동 및 봉사활동(544시간)을 이수하게 된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레슬링 종목 금메달을 딴 양정모 선수가 첫 체육인 병역특례 대상자였다. 구체적 기준은 1981년 병역특례법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마련됐다. 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유니버시아드·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 3위 이상 입상자까지 대상이 넓게 정해졌다. 하지만 1986 서울 아시안게임, 1988 서울 올림픽을 치른 이후 너무 많은 선수가 혜택을 받는다는 비판이 일자 노태우 정부 당시인 1990년 병역특례 대상을 올림픽 3위 이상과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로 축소됐다. 문화예술 분야 병역특례는 클래식과 국악, 무용 등 일부 장르에서만 일정 요건을 갖춘 경우 예술요원 편입 방식으로 인정해 장르 간 형평성 논란이 이어졌다. 현재는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 입상자, 국내예술경연대회(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만 해당)에서 1위 입상자, 5년 이상 국가무형유산 전수교육 이수자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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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 병역특례는
전문연구·산업기능요원은 병역자원 일부를 군 필요인원 충원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국가산업 육성·발전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병무청장이 선정한 병역지정업체에서 연구 또는 제조·생산 인력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산업지원제도(기업·연구기관)는 병무청장이 국가산업 육성을 위해 선정한 업체에서 인력이 복무하게 된다. 전문연구요원은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가 기업부설연구소 등에서 연구·개발(R&D) 업무를 수행하며 복무한다. 산업기능요원은 제조업·정보처리업 등 산업체에서 생산·제조·개발 업무를 수행하며 복무를 대신한다. 승선근무예비역은 해운·수산업체 선박에서 근무하며 군 복무를 대체하게 된다.
5. 병역특례 운영하는 다른 국가는
대만은 야구, 축구 등 24개 종목에서 국가대표로 뽑혀 법으로 정한 대회에 출전하면 보충병역 자격을 얻고, 12일간의 군사훈련을 받으면 군 복무를 마치게 된다. 대신 5년간 국가대표 소집에 응해야 하고 불응하면 병역특례 혜택이 취소된다. 다만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 시에는 국가대표 소집 의무도 해제된다. 이란은 2010년대 초부터 올림픽 동메달 이상 및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시 병역을 면제해왔는데 2018년부터는 아시안게임도 동메달 이상으로 완화했다.
이스라엘·오스트리아·스위스 등은 군인 신분으로 계속 운동하고 대회에 나갈 수 있게 배려하는 형태로 병역특례 제도가 운영된다. 이스라엘의 ‘우수 운동선수’는 일반부대에서 32개월(남자 기준) 복무하지만 하루 최대 6시간만 근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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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등은 일반 병사와 같은 기간 복무하되 선수들을 별도 부대에 모아 훈련 자체를 복무로 인정한다. 싱가포르는 올림픽 메달 유력 선수에 한해 입영 연기만 허용하고 일반부대에서 일반인과 함께 2년간 복무하도록 하고 있다.
6. 병역특례 폐지 불 지핀 축구대표팀
올해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남자 축구대표팀은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으나 선수들의 사리분별 없는 발언과 행동으로 공분의 대상이 됐다. 남자 축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누르고 4연패 금자탑을 세웠지만 결승전 직후 이기혁(강원 FC)이 “군대 안 갑니다”, 양민혁(베스테를로)은 “메달이나 트로피는 중요하지 않다. 군 면제 하나만 보고 경기했던 것 같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금메달 관련 소감을 묻는 질의에 병역특례 사실을 강조하는 답변으로 병역의 의무를 경시한다는 느낌을 줬다.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삐딱하게 전역모를 쓴 사진을 SNS에 올려 질타를 받았다.
7. 병역특례 여론 거셌던 BTS도 군 복무
방탄소년단(BTS)이 K팝 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고 빌보드뮤직어워즈,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등을 석권한 2020년 무렵 이들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K팝의 저변을 넓힌 BTS의 엄청난 성과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 못지않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BTS의 병역 문제는 곧 정쟁의 대상이 됐다. BTS가 거둔 성과는 인정하지만 병역특례를 위한 명확한 분류 기준이 없었던 데다 병역법까지 개정해야 하는 등 부담이 컸다. 결국 BTS 소속사 하이브는 “멤버들이 입영연기 취소를 신청하고 병무청 입영 절차를 따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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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는 2022년 12월 맏형인 진부터 순차적으로 입대했고, 지난해 6월 모든 멤버들이 병역의 의무를 마쳤다.
8. 병역특례 폐지 여론 확산
2010년대 이후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분위기가 달라졌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로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장현수는 2018년 국정감사에서 봉사활동 실적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다. 같은 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상무 입대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을 받은 오지환 등이 야구대표팀에 발탁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정부는 그해 12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폐지를 검토했지만 2019년 11월 현행 유지로 결론 냈다.
병역자원 부족 문제도 병역특례 폐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국방백서 기준 상비군 병력은 2012년 63만9000명에서 2022년 50만 명으로 줄었다. 연간 20∼50여 명 수준인 체육·예술요원 특례 제도를 폐지한다고 병역자원 부족 문제 해결에 실질적 효과는 없다. 그러나 ‘나라 지킬 청년이 부족하다면서 왜 체육인에게만 특혜를 주느냐’라는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5위 경제 대국인 한국이 스포츠로 국위를 선양해야 한다는 논리가 시대착오적이란 비판도 제기됐다. 병역특례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많게는 수십억 원 규모의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까지 커졌다.
9. 현재 발의된 병역특례 축소·폐지 법안들
국회에서도 병역특례 제도 축소를 위한 입법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에게 일률적으로 부여되는 병역특례 혜택을 폐지하는 내용의 병역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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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대통령령에 위임된 예술·체육요원 편입 요건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에 대한 현행 기준은 유지했다. 성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예술·체육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현저하게 높이는 등 특별한 공적이 인정되는 경우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는 예외 조항도 마련했다.
병역특례 제도 개편을 위한 입법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면서 손흥민 등의 병역특례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된 사람이 군부대에서 예술·체육지도자 등 역할을 맡아 실질적 복무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2020년 5월 20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10. 국방부·문체부도 폐지 입장
지난 5일 국회 청원 홈페이지에는 ‘예술·체육인 병역특례 제도 폐지 청원’이 접수됐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이틀 뒤인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에서 병역특례를 축소해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국방부의 목표라고 밝혔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같은 날 국감에서 “시대상에 따라 병역에 대한 개념과 공정에 대한 가치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당연히 축소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홍소영 병무청장은 “국방개혁기본계획에 보충역 제도의 단계적 감축·폐지를 전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담기며 최종 검토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현재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병역특례 편입 기준 정비와 복무 중 공익 복무제도 등 제도 전반이 검토 대상이다. 연구용역은 11월 중순쯤 마무리된다. 병무청은 이 결과를 토대로 문체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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