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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은 말 그대로 지진, 홍수, 태풍 등의 자연 현상으로 인한 재앙을 말한다. 일본인들은 지진과 쓰나미라는 천재지변에 이골이 나 있을 텐데, 미국인이라면 아마도 천재지변으로 토네이도를 꼽을 것이다.
미국에선 연평균 1,200여 건의 토네이도가 발생하고, 이는 다른 국가의 토네이도를 전부 합친 수치의 4배나 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집계에 따르면 2015~2024년 사이 미국은 연간 900~1,800건의 크고 작은 토네이도를 겪었다. 2023년엔 1,420건이 발생해 83명 반납기 이 숨졌고, 2024년엔 1,400여 건으로 40명 가까이 목숨을 잃었다.
<성난 지구: 토네이도Earthstorm: Tornado>(감독 탈리아 티본, 2022)는 미국 전역에서 발생한 토네이도의 파괴력과, 목숨을 걸고 토네이도를 추적하는 사람들storm chaser의 모습을 실감 나게 담은 미국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아파트 매도 세금 2021년 12월 10일, 미국 켄터키주 기상 캐스터의 경고 방송으로 시작한다.
"일생에 보기 힘든 비극적인 토네이도가 발생했습니다. 당장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세요."
그러곤 토네이도로 건물 현관의 대형 유리창이 깨져 파편이 이리저리 튀는 CC-TV 화면과 건물 잔해에 깔려 휴대폰 영상 통화로 구조를 요청하는 실제 혹시 시민의 모습을 보여 준다.
넷플릭스 판타지 시리즈 <위쳐The Witcher>에서 마녀로 나왔던 영국 배우 미미 카이사가 내레이터를 맡아 이렇게 말한다.
"토네이도는 공기의 소용돌이다. 하지만 그 소용돌이가 시간당 321km로 회전하면 위협적인 토네이도가 된다."
토네이도는 뇌우雷雨(천둥과 번개를 동반 연소득4000만원 한 비)에서 발생한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상승하면 식고 응결되어 적란운積亂雲(산이나 큰 탑처럼 수직으로 높게 형성된 구름)을 형성한다. 하지만 5,000개 중 하나만 충분한 습기, 에너지, 풍속을 가진 토네이도가 된다.



오클라호마대학교 하워드 블루스타인 교수는 '그레이트플레인 요구할 스Great Plains'에서 토네이도를 추적 중이다. '북아메리카 대평원'으로 번역되는 그레이트플레인스는 북아메리카의 중앙, 로키산맥의 동쪽에 있는 대평원이다.
지긋한 나이임에도 티셔츠에 산발 머리를 한 채 현장 냄새를 물씬 풍기는 그는 "폭풍의 중심이 아니라 북동쪽에 있어야 한다. 무엇이든 운저雲底(구름의 밑)의 북동쪽에서 관찰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는 관찰자입니다. 자연으로 나가 이런 폭풍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요. 그리고 질문하는 거예요. '왜 저곳에 있는 거지? 어떻게 발생한 거지? 저렇게 보이는 이유는 뭐지?' 궁극적인 목표는 폭풍을 살펴보고 토네이도가 될 여부를 판단하는 겁니다."
블루스타인 교수에 따르면 토네이도는 비가 내리고 증발하는 곳의 차가운 공기와 폭풍 외부의 따뜻하고 습한 일반적인 공기가 만나는 경계에서 수평으로 회전하며 만들어진다. 회전하는 공기가 폭풍 속의 주요 상승기류를 만나면 점점 수직으로 상승하게 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낮은 수준의 '메조 사이클론mesocyclone'이 만들어집니다."



메조 사이클론 징후 때 토네이도 경보
메조 사이클론이란 저기압성 회전 기류를 말한다. 메조 사이클론의 관측은 토네이도 예보의 주요 요소여서, 토네이도 경보는 메조 사이클론 징후가 감지될 때 발령된다.
바람의 소용돌이인 메조 사이클론의 직경은 2~4km이다. 공기가 상승함에 따라 상승기류를 키우기 위해 측면에서 공기가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면 회전하는 공기의 영역이 수축한다. 그런 식으로 공기 기둥이 늘어나고 지표면 가까이에 강력한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그렇게 수증기 기둥이 형성되는 모든 과정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고, 우리는 다큐를 통해 이를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브랜던 클레멘트는 20년 넘게 토네이도를 추적하고 있다. 고교 시절에 처음 토네이도를 경험했고, 토네이도 추적을 위해 차를 개조했다. 생생한 토네이도 영상을 온라인에 게시하고 여러 매스컴에 팔아 수익을 만들고 있다. 브랜던의 파트너인 '브렛 어데어'는 이렇게 말한다.
"토네이도를 추적할 땐 아드레날린이 솟구쳐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짓말하는 거죠."
대부분의 토네이도는 몇 분 동안만 지속된다. 심지어 단 몇 초일 때도 있다.
"우리 영상이 토네이도의 유일한 증거가 될 때도 있어요. 우리는 폭풍을 취재하는 기자나 마찬가지예요. 토네이도가 파괴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죠."
미국에서 발생하는 가장 위협적인 토네이도는 이른바 '토네이도 앨리Tornado Alley'에서 관측된다. 미국 중서부 그레이트플레인스를 끼고 세로로 이어진 텍사스·오클라호마·네브래스카·캔자스주 등을 가리킨다.
이곳은 큰 폭풍 형성에 완벽한 지형을 갖고 있다. 태평양에서 로키산맥을 넘어 바람이 불어오면 공기가 가라앉는다. 공기가 가라앉으면 기압이 높아지고 기압은 공기를 압박해 기온이 높아지게 된다. 온도가 올라가면 남풍이 불기 시작한다. 이러한 남풍은 멕시코만에서 습기를 가져와서 폭풍의 발달을 촉진한다.
목숨 건 스톰 체이서들
모든 토네이도는 EF 등급으로 측정된다. '개량 후지타 등급Enhanced Fujita scale'이라 불리는 EF 등급은 토네이도의 위력을 가늠하는 등급이다. 1971년 시카고대학의 기상학자 후지타 테쓰야藤田哲也 교수에 의해 고안된 후지타 등급의 등급 기준 및 세부사항을 2007년 수정해서 나온 버전이다.
EF0에서 EF5 등급까지 있으며 숫자가 올라갈수록 더 강력한 토네이도 위력을 의미한다. 풍속과 지상 가옥의 피해 규모를 기준으로 하는데, 피해의 기준이 되는 집은 미국 중서부의 목조 주택이다. 다큐는 각 단계에 해당하는 실제 사례 영상을 보여 준다.
EF1은 시속 86~110마일(시속 138 ~177km)인데, 지붕 일부가 파손되는 피해 정도이다. EF3은 136~165mph (218~266km/h)로, 내부의 몇몇 구획이나 벽만 남고 집 전체가 파손되는 피해 정도이고, EF5는 200mph 이상(322km/h 이상)으로 견고하게 지어진 집조차 바닥재와 바닥판만 남고 완전히 휩쓸려 날아가는 피해 수준이다. 다큐에서는 거리에 서 있던 전신주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미국에서 발생하는 토네이도 중 단 1%만이 EF4 또는 EF5 등급으로 매겨지고 위협적인 토네이도로 분류된다. 평균적으로 EF5 토네이도는 연간 1회 미만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한번 발생하면 영원히 잊힐 수 없는 피해와 후유증을 남긴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참혹하죠."
스톰 체이서들은 이 무지막지한 토네이도를 목숨을 걸고 바짝 쫓아다닌다. 브랜든 설리번 형제는 토네이도를 피해 차를 몰다가 폭풍에 날아온 농기구에 차 전면 유리가 파손되고 900kg 넘는 건초더미에 차량이 부딪치는 등 사선을 넘어야 했고, 이는 이들의 촬영 장비와 차 블랙박스에 모두 담겼다.
다큐는 2021년 겨울, 켄터키주 서부 메이필드에 들이닥친 거대한 토네이도가 남긴 피해를 다각도로 보여 준다. 당시 토네이도로 양초 공장이 완전히 무너져 작업 중이던 110여 명이 건물 잔해에 깔리는 등 타운 전체가 쑥대밭이 되어버렸다. 이 토네이도로 88명이 사망하고 40억 달러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부서진 자신의 집 더미에 오랫동안 갇혀 있다가 아이들과 함께 간신히 목숨을 건졌던 30대 여성 브리아나 글리슨은 "눈을 감을 때마다 우리를 덮친 지붕이 떠올라요. 제가 가장 미워하는 사람도 이런 일은 절대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영화는 토네이도로 폐허가 된 마을의 처참한 모습과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생존자들의 상처를 처절하게 보여 준다. 또 지구 온난화에 따른 토네이도 발생 빈도의 증가도 빠짐없이 언급한다.
다큐 <성난 지구: 토네이도>는 스톰 체이서들이 목숨 걸고 촬영한 토네이도가 얼마나 공포스러운지를 전달하면서, 한편으론 입이 절로 벌어질 만큼 토네이도가 얼마나 장엄한 자연 현상인지를 보여 주고 있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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