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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군부의 '숨은 비자금'이 남아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은 법률을 심의하는 곳이다. 2심 판결에 승복하지 않은 저금리전환대출 이들은 상고를 통해 대법원의 심리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사건의 사실 관계를 따지는 1·2심과는 다르다. 대법원은 1·2심 판결에 적용한 법률과 논리에 오류가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한다. 서류 재판으로 진행하는 탓에 증인을 부르지도 않고, 양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도 펼쳐지지 않는다.
문제는 대법원의 심리를 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 현대위아 합병 법원이 심리불속행審理不續行(심리하지 않음)을 판결하는 비중은 70%를 웃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해 상반기 처리한 민사 본안사건 6257건 중 4442건을 심리를 하지 않겠다(불속행)고 판결했다. 70.9% 비중이다. 심리불속행 비율은 2019년 69.6%, 2020년 69.8%, 2021년 72.7%, 2022년 경제캠프 69.3%로 큰 변동이 없다.
심리불속행은 상고심절차특례법에 따라 대법원이 별다른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고 항소심(2심) 판결을 확정하는 제도다. 1994년 재판 효율화를 위해 도입했다. 대법원은 사건이 접수된 날로부터 4개월 이내에 심리불속행 여부를 사건 당사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2심 재판 기록을 검토한 후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는 제 농협 등록금 도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때문에 심리불속행의 기각과 3심의 기각은 다르다. 심리불속행을 기각한다는 건, 대법원이 2심 재판을 한번 더 들여다보겠다는 의미다. 심리를 속행한 후에도 2심 판결이 옳다고 판단하면,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한다. 반대로 2심 판결에 법적·논리적 오류가 있으면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낸다. 이를 새마을금고 제2금융권 파기환송이라 한다.
최근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제도를 공론의 도마에 올린 사건이 있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사건을 배정받은 대법원 1부는 지난 11월 8일 심리불속행을 기각하면서 법적 심리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파생한 '불법비자금' 논란도 법적 판단을 다시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불법비자금' 논란을 이해하려면, 이혼소송과 재산분할의 함의를 들여다봐야 한다. 2018년 최 회장이 노 관장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둘의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2022년 12월 1심 법원은 최 회장을 향해 "재산을 분할한 다음 665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정축재한 비자금과 이를 통해 쌓은 재산은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둘은 모두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고, 지난 5월 30일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킨 2심(항소심) 재판 결과가 나왔다. 1심 결과를 뒤집은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해야 할 재산분할금액을 1조3808억원으로 판결했다.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을 기각한 사건이 바로 이 소송이다.
[※참고: 최 회장은 12월 23일 법원에 이혼소송을 취하서를 제출했다. SK는 "1·2심이 인정한 두 사람의 이혼을 확정하기 위한 것으로 공시대상기업 집단에서 노 관장 일가의 법인을 제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재산 분할과 관련한 상고는 유효하다.]
자! 그럼 재벌이란 당사자만 특이할 뿐 단순한 이혼소송이 왜 '불법비자금' 논란을 부채질했는지 살펴보자. 단초는 2심 재판부가 1조원이 넘는 재산분할을 판결한 이유였는데, 노 관장이 2심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선경) 300억원 메모'가 방아쇠 역할을 했다.
노 관장은 2심 재판부에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메모 2장과 선경건설이 발행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의 사진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노태우의 비자금이 SK그룹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른바 '300억원 메모'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첫번째 메모의 내용은 "1998년 4월 1일 현재, 선경 300억원 등에 757억원(667억원+90억원)을 맡겼다"는 거다. 두번째 메모에는 "1999년 2월 12일 현재, 선경 300억원, 총 904억5000만원"이란 자금 내역이 적시돼 있다.
노 관장은 이를 근거로 "비자금 300억원을 선경그룹(현 SK)에 빌려줬고, 그 돈을 발판 삼아 SK가 재계 2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2심 재판부가 받아들이면서 1조3808억원이란 천문학적인 재산분할 판결이 내려졌다.
문제는 2심 재판부가 노 관장의 재산으로 인정한 '불법 비자금'의 실체다. 무엇보다 노 관장의 주장만 있을 뿐 비자금의 실체는 아직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2심 재판부의 주장대로 노 관장이 물려받은 비자금을 통해 SK가 성장한 게 사실이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대법원이 이를 인정하는 순간, '불법 비자금'이 합법적 상속 대상으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논란거리가 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노태우 비자금'의 규모가 추징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국정감사에서 "1995년에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이 4189억원가량이란 수사 결과 발표가 나왔는데, 그중 2628억만 환수되고 1400억여원이 붕 뜬 상태였다"면서 "이번 소송을 통해 '숨은 비자금'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했던 노태우 대통령의 경우 더 이상 남은 자산이 없다고 했었는데, 이번 이혼소송에서 숨겨둔 비자금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할 만한 메모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노 관장이 이혼소송의 카드로 꺼내든 '비자금'의 출처를 밝혀낸 뒤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상인 서울대(행정대학원) 교수는 "비자금으로 만든 재산을 자기 것으로 생각하는 건 지탄받아야 할 일"이라며 "재산분할의 근거가 된 자금의 출처가 비자금이라면 국고로 환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린 무엇을 논의해야 할까. 대법원이 밝혀내야 할 실체적 진실은 뭘까. 이 이야기는 視리즈 '탄핵에 잊힌 사건 : 노태우 비자금' 2편에서 이어나가 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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