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한·일 경제전쟁, 3년 내 저성장 탈출 경쟁에서 판가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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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야상민 작성일19-08-05 06:54 조회1,04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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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공습 7년 전 시동 걸려
그동안 일본 회복하고 한국은 표류
수출규제, 기술 의존 끊을 기회지만
지금 경제정책으로는 일본 못 넘어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한국은 일본을 넘어설 수 있을까. 지금 벌어지는 ‘총성 없는 한·일 경제전쟁’ 말이다. 묘하게도 양국 갈등은 “강대국과 신흥국은 패권을 놓고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양상(『예정된 전쟁』, 그레이엄 엘리슨)을 보인다. 한국이 일본을 바짝 추격하면서 일본이 한국을 견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껏 가전, 전자, 반도체, 조선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우위를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왔다”며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고 밝힌 그대로다. 일본이 오는 28일부터 한국의 핵심 산업에 없어선 안 될 전략물자 1194개 품목에 대해 수출을 규제하자 실력으로 돌파하자는 결의다.
충돌의 근본 배경에는 일본의 경제력 쇠락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일본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이라고 해도 허울만 좋을 뿐이다. 세계 2위 중국과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고 인도·독일에 밀려나는 것도 시간문제로 남았다. 2001년 중국의 3배에 달했던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010년 역전된 데 이어 지금은 36%(일본 4조9710억 달러, 중국 13조608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나아가 중국은 2030년쯤 미국까지 제치고 세계 1위가 된다.
더구나 일본은 식민 통치를 했던 한국과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2001년 8배였던 한·일 GDP 격차는 지난해 3배로 좁혀졌다(한국 1조6190억 달러, 일본 4조9710억 달러).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사실상 성장을 멈추고 제자리걸음 한 결과다. 게다가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이 지난해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일본과 나란히 3만 달러대 국가 그룹에 진입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일본의 수출규제도 큰 그림이 보인다. 일본은 삼성전자가 자국의 경쟁 업체를 코너에 몰고 있던 시절(2004년) 화이트 리스트(수출 절차 우대국 명단)에 한국을 포함했다. 그때만 해도 경제력 격차가 컸으니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은 이번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이 사실상 무효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자 경제 보복의 칼을 뽑아 한국 경제의 급소를 찔렀다. 핵심 타깃은 한국 경제의 대들보인 반도체다. 한국으로선 이를 겨냥한 3대 수출규제 품목의 연간 수입액이 7억2300만 달러(약 8553억원)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1267억 달러(약 150조원)에 이르는 반도체 수출이 사정권에 들어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전체 수출의 0.001%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수출의 21% 규모다. 산술적 충격은 가공할 만큼 클 수밖에 없다.
저성장의 덫에 빠진 일본 경제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사실 일본의 한국 경제 공습 방아쇠는 이미 7년 전 아베노믹스를 시작하면서 당겨졌다. 제로금리·양적완화에 따른 엔저(低) 공세가 2013년부터 시작되면서 한국은 2015년부터 수출 경쟁력이 약화했다. 2017·2018년은 반도체 특수로 그 영향이 잠깐 가려졌을 뿐이다. 그 사이 한국과 주요 산업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들은 채산성이 회복되면서 체력을 보충해나갔다. 나아가 설비 과잉 상태에 있던 액정·철강·조선·석유화학에 대한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더해 법인세 인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등을 통한 투자환경 개선으로 일본 기업의 리쇼어링(국내 회귀)에도 탄력이 붙었다.
이제 막 시작된 일본의 수출규제는 아베 정권이 시동을 건 2차 공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앞으로 금융시장을 비롯해 추가 공습을 해 올 공산이 커 보인다. 이는 한·중·일 3국 분업체계가 사실상 와해하고 각자도생의 길을 걷기 시작한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 같은 4차 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넘볼 만큼 앞서가고, 5세대(5G) 이동통신에서는 미국·한국에 “기술을 가르쳐준다”고 위력을 과시할 정도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1위 품목은 1720개에 달해 일본(171개)·한국(77개)을 크게 따돌리고 있다. 한국의 일본 기술 의존 역시 예전에 비해 많이 감소한 것도 사실이다.
일본이 한국을 견제하고 나서면서 한국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관건은 한국이 소재·부품·장비 의존도를 얼마나 빨리 낮출 수 있는가다. 너무 비관할 필요는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녹록지 않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일본의 첨단 기술을 따라가려면 반세기가 걸린다. 단기간에 국산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뼈 아픈 한국의 현실이다. 그런데 기술력의 격차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무엇보다 일본을 넘어서기 어려운 요인은 정부의 비효율적인 경제 정책이다. 한국은 이미 박근혜 정부 당시 구조개혁에 실패하면서 군산·구미·창원·거제·울산 산업단지를 러스트 벨트로 만들었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는 ‘소득주도 성장’의 질주마저 시작됐다. 2년 만에 최저임금을 29.1% 올리고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면서 한국 기업은 기진맥진하고 있다. 이런 경제 환경을 피해 제조업의 탈(脫)한국 러시도 본격화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은 2%대로 곤두박질치고 소비자물가지수가 7개월째 0%대로 내려앉으면서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한국도 저성장의 그림자 덮쳐
그런데도 정부는 “경제도 정의로워야 한다”며 경제민주화와 공정경제를 앞세워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육성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지금 같은 반(反)시장·반기업 정책 기조가 계속되는 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내 대기업의 고위 임원은 “앞으로 한국에서는 신제품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기 어려울 것”이라고 탄식했다. 연구개발(R&D)은 밤을 밝혀야 성과를 낼 수 있는데 획일적 근로시간 규제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있는 것도 지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한·일 주요산업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수입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은 48개에 달한다. 그 격차를 좁히려면 시간·공간적 제약 없이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박용만 회장의 진단처럼 기존 기술 격차 자체가 크다는 사실에도 직시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장비의 83%를 미국·일본·네덜란드에 의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랜 관행을 깨고 국내 제품을 사용했다가 수율(제품 품질)이라도 떨어지면 담당 임원은 바로 목이 날아간다. 국산을 사용하려면 실패를 과감하게 용인해야 하지만 24시간 돌아가는 거대 장치산업을 돌리는 제조업에서는 기업 오너라도 그런 용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정부와 대기업이 힘을 합쳐 노력해도 이런 관행을 바꿔서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을 50%까지 끌어올리려면 최소 5년이 걸린다”는 것이 반도체 장비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 큰 걸림돌은 정치권이 양산하고 정부가 틀어쥐고 있는 악성 규제다.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하자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를 비롯한 정치인들은 앞장서 화학물질관리법 등의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국내 소재 가공업체가 불화수소의 자체 생산을 포기해 온 배경이다. 이런 겹겹의 규제 환경에서는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는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 회장은 2003년 정보통신부 장관 취임 직후 “30년 중기정책을 리뷰했는데 이렇게 주옥같은 정책이 많았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없이 대책을 세웠지만 말잔치에 그쳤다는 얘기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당장 정책실험부터 멈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도 조만간 1%대 성장률과 함께 만성적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저성장의 늪에 빨려든 일본의 길을 따라갈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지금 8배인 중국과의 GDP 격차는 계속 벌어져 다시 중국의 변방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일본 대비 1인당 GDP 수준이 2018년 정점을 찍고 2024년 다시 벌어진다고 전망하는 이유다. 한국은 지금 일본과 맞붙을 만큼 경제력을 더 키우느냐, 일본처럼 저성장의 덫에 빠지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 대세는 3년 안에 판가름날 것이다. 그 열쇠는 정부의 성장 전략에 달려 있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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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공습 7년 전 시동 걸려
그동안 일본 회복하고 한국은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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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제정책으로는 일본 못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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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충돌의 결과 전망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충돌의 근본 배경에는 일본의 경제력 쇠락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 일본은 세계 3위 경제대국이라고 해도 허울만 좋을 뿐이다. 세계 2위 중국과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고 인도·독일에 밀려나는 것도 시간문제로 남았다. 2001년 중국의 3배에 달했던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010년 역전된 데 이어 지금은 36%(일본 4조9710억 달러, 중국 13조608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나아가 중국은 2030년쯤 미국까지 제치고 세계 1위가 된다.
더구나 일본은 식민 통치를 했던 한국과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2001년 8배였던 한·일 GDP 격차는 지난해 3배로 좁혀졌다(한국 1조6190억 달러, 일본 4조9710억 달러).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사실상 성장을 멈추고 제자리걸음 한 결과다. 게다가 1인당 국민소득은 한국이 지난해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일본과 나란히 3만 달러대 국가 그룹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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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의 덫에 빠진 일본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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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회장의 진단처럼 기존 기술 격차 자체가 크다는 사실에도 직시해야 한다. 국내 반도체 장비의 83%를 미국·일본·네덜란드에 의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랜 관행을 깨고 국내 제품을 사용했다가 수율(제품 품질)이라도 떨어지면 담당 임원은 바로 목이 날아간다. 국산을 사용하려면 실패를 과감하게 용인해야 하지만 24시간 돌아가는 거대 장치산업을 돌리는 제조업에서는 기업 오너라도 그런 용단을 내리기 쉽지 않다. “정부와 대기업이 힘을 합쳐 노력해도 이런 관행을 바꿔서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을 50%까지 끌어올리려면 최소 5년이 걸린다”는 것이 반도체 장비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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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회장 “민간 교류는 이어가야”
11조원대 한국 대출, 확대도 시사
일본 자금 아직 회수 움직임 없어
이재용(左), 최태원(右). [뉴스1] 일본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회장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대기업 총수를 면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회장. [미즈호FG 홈페이지]
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사토 야스히로(佐藤康博)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회장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기 직전인 지난달 말 한국을 찾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면담했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즈호은행이 속한 대형 금융그룹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토 회장이 두 총수에게 (양국 관계가 경색됐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한국기업은 금리가 낮은 일본자금을 쓰는 것이 유리하고, 일본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한국처럼 성장 가능성과 신뢰가 높은 국가가 (거래하기에)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약 10조원을 한국에서 굴리고 있는데, 이 규모를 더 늘리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를 둘러싸고 두 나라 정부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지만 사토 회장은 이러한 양국 갈등이 금융으로까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토 회장은 지난달 19일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행사에서도 “양국 갈등이 장기화되면 신뢰관계가 크게 손상되고 회복에 상상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양국 기업 간 구축돼온 신뢰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민간 레벨에서의 대화에 전력을 다해 이어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한국 기업에 대출을 가장 많이 하는 외국계 은행이다. 김정훈 의원(자유한국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즈호은행 국내지점이 한국에 보유한 총 여신규모는 11조7230억원에 달한다(5월 말 기준). 이는 국내에 진출한 16개국 38개 은행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줄곧 10조원가량이던 이 은행의 국내 여신 규모는 3월 이후 두 달 동안 10% 넘게 늘어났다.
일본 출장을 갔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그동안 일본의 수출 규제가 금융 차원의 보복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이어졌다. 일본계 은행이 국내 기업이나 금융권에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고 대출을 회수한다면 충격이 작지 않을 거란 걱정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일본 출장 기간에 일본의 대형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한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부품·소재 확보 못지않게 일본 금융회사의 회사채 지급보증 같은 신용공여가 삼성전자엔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행 국내지점의 자금 회수 움직임은 현재까지 없다.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의 총여신 규모는 5월 말 기준으로 24조7000억원으로 지난 3월 말보다 2조8000억원 늘었다. 일본 대형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금융 거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한국 금융당국의 입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금융위는 줄곧 일본이 금융 관련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작을 뿐 아니라, 설사 조치가 나오더라도 별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글로벌 유동성과 한국 경제의 건전성을 고려할 때 일본이 자금을 회수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얼마든지 돈을 구할 수 있다는 게 그 근거였다. 그래도 만일에 대비해 지난달 초부터 매주 금융위, 금감원, 민간전문가들이 회의를 열며 일본계 자금의 동향을 점검해왔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2일 브리핑에서 “일본계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금융시장은 어떤 방향에서 충격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즉각 시장안정조치를 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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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회장 “민간 교류는 이어가야”
11조원대 한국 대출, 확대도 시사
일본 자금 아직 회수 움직임 없어
이재용(左), 최태원(右). [뉴스1]
사토 야스히로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회장. [미즈호FG 홈페이지] 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사토 야스히로(佐藤康博) 미즈호파이낸셜그룹 회장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리기 직전인 지난달 말 한국을 찾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면담했다.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일본 3대 메가뱅크인 미즈호은행이 속한 대형 금융그룹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토 회장이 두 총수에게 (양국 관계가 경색됐지만)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다”며 “한국기업은 금리가 낮은 일본자금을 쓰는 것이 유리하고, 일본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한국처럼 성장 가능성과 신뢰가 높은 국가가 (거래하기에) 이익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약 10조원을 한국에서 굴리고 있는데, 이 규모를 더 늘리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를 둘러싸고 두 나라 정부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지만 사토 회장은 이러한 양국 갈등이 금융으로까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토 회장은 지난달 19일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행사에서도 “양국 갈등이 장기화되면 신뢰관계가 크게 손상되고 회복에 상상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양국 기업 간 구축돼온 신뢰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민간 레벨에서의 대화에 전력을 다해 이어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한국 기업에 대출을 가장 많이 하는 외국계 은행이다. 김정훈 의원(자유한국당)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즈호은행 국내지점이 한국에 보유한 총 여신규모는 11조7230억원에 달한다(5월 말 기준). 이는 국내에 진출한 16개국 38개 은행 중 가장 많은 규모다. 줄곧 10조원가량이던 이 은행의 국내 여신 규모는 3월 이후 두 달 동안 10% 넘게 늘어났다.
일본 출장을 갔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그동안 일본의 수출 규제가 금융 차원의 보복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이어졌다. 일본계 은행이 국내 기업이나 금융권에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고 대출을 회수한다면 충격이 작지 않을 거란 걱정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달 일본 출장 기간에 일본의 대형 금융회사 고위 관계자들과 면담한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부품·소재 확보 못지않게 일본 금융회사의 회사채 지급보증 같은 신용공여가 삼성전자엔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행 국내지점의 자금 회수 움직임은 현재까지 없다.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의 총여신 규모는 5월 말 기준으로 24조7000억원으로 지난 3월 말보다 2조8000억원 늘었다. 일본 대형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금융 거래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한국 금융당국의 입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금융위는 줄곧 일본이 금융 관련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작을 뿐 아니라, 설사 조치가 나오더라도 별 영향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글로벌 유동성과 한국 경제의 건전성을 고려할 때 일본이 자금을 회수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얼마든지 돈을 구할 수 있다는 게 그 근거였다. 그래도 만일에 대비해 지난달 초부터 매주 금융위, 금감원, 민간전문가들이 회의를 열며 일본계 자금의 동향을 점검해왔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2일 브리핑에서 “일본계 자금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지만, 금융시장은 어떤 방향에서 충격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즉각 시장안정조치를 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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