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열풍은 이제 좀 잠잠해질 때인가 싶었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브랜드에서 지속적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뉴트로 디자인 마케팅을 멈추지 않는 게 그 증거다. 따스한 것이 그리운 시절이니 어쩔 수가 없다.1. 오뚜기 태극당 옛날핏자 2. 서울우유 텀블러 3. 연세우유콘곰표 패딩에 말표 흑맥주까지. 지난 몇 년간 쏟아진 수많은 뉴트로 디자인이 MZ세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상상도 못할 만큼 다양한 프로젝트가 SNS를 달궈 왔다. 더 이상 응용할 소재도 변변치 않을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신년에도 어김없이 기발한 뉴트로 제품들이 속속 시장에 등판 중이니 말이다. 특히 식품 업계가 그렇다. 식품 업계는 전통적으로 헤리티지가 강한 브랜드가 많고, 소비자 일상에 안착한 인기 제품도 많아서 응용 범위가 넓은 게 사실이다. 여기에 코로나 시대를 사는 소비자 니즈가 더해졌다. 집콕 시대인 지금, 음식을 먹는 것만이 유일한 일상의 재미이자 자극이 되었기 때문이다. 음식 일상이 주는 위로와 재미는 식기나 즉석 가공 식품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12월3일부터 16일까지 크리스마스 식탁 분위기를 더해줄 식기, 와인 잔 등 테이블웨어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증가했고, 티몬 역시 지난 12월 3주간 매출이 전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모두가 ‘같이’ 할 수 없는 세상이지만 가족과 ‘같이’ 하는 식사만은 최선을 다해 업그레이드하는 시대. 그런 의미에서 푸드 브랜드가 ‘먹는다’는 행위에 복고와 추억의 감성을 자극하는 건 일종의 치트 키 같은 것이다. 레트로 감성은 기본적으로 온기를 바탕으로 한다. 인간은 누구나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 syndrome)을 앓고 있다. 과거의 추억, 기억, 이미지는 포근하고 행복하고 아련해서 모난 구석이 없는 법이다.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음식을 소울 푸드라 여기고 항상 그리워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뚜기에서 신년을 맞아 한정판으로 출시한 오뚜기태극당 옛날 피자 역시 같은 맥락이다. 역사를 자랑하는 태극당의 인기 상품 피자빵은 마요네즈와 케첩 맛이 강한 그야말로 약간은 ‘촌스러운’ 맛이다. 다양한 토핑과 도우로 예민한 미각을 자극하는 요즘 피자와는 사뭇 다른 맛. 하지만 희한하게도 이 과거의 맛은 무조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피자 박스 디자인도 일품이다. 전통적인 이탈리아 상징 컬러에 복고 향이 강력한 한글 서체로 시각적 향수를 자극한다. 대놓고 마요네즈와 케첩을 뿌린 빵 사진 위에 ‘핏-자’라는 한글 텍스트를 넣어 웃음을 자아낸다. 오뚜기는 태극당의 피자빵을 전국에서 맛볼 수 있게 하기 위한 한정판 협업이라고 밝혔다. 잊고 있던 맛과 멋을 일깨워 행복 엔돌핀을 자극하는 것. 빅브랜드라 가능한 디자인 마케팅이다. 최근 GS편의점에서는 연세우유와 컬래버레이션한 ‘연세우유콘’을 출시했다. 연세우유는 1990년대 서장훈을 비롯한 연세대 농구단이 광고 모델로 등장했던 열정 넘치는 학창 시절을 그리게 하는 먹거리다. 이번에 출시된 아이스크림의 포인트는 포장 디자인에 있다. 연세대 로고가 박힌 파란색 포장지가 절로 과거의 아름다운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이건 아이스크림을 먹는지 추억을 먹는지 모를 지경이다. 게다가 서울우유에서는 옛 우유병을 재현한 텀블러를 절찬리에 판매 중인데 이 역시 배달 우유의 추억을 고스란히 품은 디자인이다. 350㎖ 사이즈의 텀블러는 과거 우유병의 로고와 글귀까지 그대로 재현하고 뚜껑만 원색으로 포인트를 줘 경쾌하다. 새벽마다 대문 앞에 배달되던 1970년대의 그 유리병을 모르는 MZ세대라 할지라도 복고풍의 한글 로고와 원색의 컬러 조합에 손길이 갈 디자인이다.뉴트로 디자인이란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MZ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선물한다. 하지만 수많은 제품이 뉴트로의 명찰을 달고 등판하면 할수록 신선함이 감소하는 것도 사실. 소비자는 항상 평화롭고(그렇게 여겨지는) 낭만적인 시대를 그리워하니, 과거의 추억을 담은 브랜드와 속내를 발굴해 디자인하는 작업은 이어질 수밖에. 종전처럼 히트를 치는 건 점점 더 어렵겠지만 말이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서울우유, 오뚜기, GS리테일]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6호 (21.02.16) 기사입니다]▶ '경제 1위' 매일경제, 네이버에서 구독하세요▶ 이 제품은 '이렇게 만들죠' 영상으로 만나요▶ 부동산의 모든것 '매부리TV'가 펼칩니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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