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2030년 전후로 내연기관 차량 퇴출 움직임전기차 등 친환경적 흐름에 세계 배터리 시장 급성장21세기 산업 판도 좌우할 ‘배터리 패권’ 확보 경쟁 치열21세기 들어 세계적인 추세로 확연히 떠오른 게 있다면 단연 ‘탄소 중립’을 들 수 있다. 120여 개국이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넷 제로(Net Zero)’를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모든 산업에서 친환경적 흐름이 대세가 되면서 가장 뜨고 있는 분야가 배터리다. 배터리는 바야흐로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21세기 산업 패권을 좌우하는 승부처로 떠올랐다. 특히 내연기관 차량의 퇴출이 가시화하면서 21세기 글로벌 배터리 전쟁은 이미 불꽃 튀고 있다.친환경적 흐름에 따라 세계 각국의 내연기관 차량 퇴출이 가시화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은 전기차 충전 모습.■21세기 배터리 패권 누가 잡나?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과 동시에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국제협약인 파리협정 복귀를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 청정에너지 10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관건은 내연기관 차량의 퇴출. 친환경차로 자동차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데, 바로 이 과정의 핵심 포인트가 배터리다. 유럽 선진국들은 2030년 전후로 휘발유, 디젤과 같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영국과 프랑스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 승용차의 판매를 금지했다. 미국도 자국 내 최대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주가 2035년부터 가솔린 차량의 판매 금지 방침을 천명했다. 중국도 2035년부터 판매 중단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내연기관 차량의 순조로운 퇴출 여부는 전적으로 전기차에 탑재될 배터리에 달려 있다.배터리는 또 향후 발전소의 지형까지 확 바꿀 전망이다. 바로 배터리가 전력저장소 역할을 하는 것이다. 풍력, 조력, 태양광 등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보관했다가 성수기에 활용하는 것으로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기후위기 대응 가운데 최선의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지난 1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테슬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방식의 리튬 이온 배터리 셀 250만 개로 구성되는 전력저장소 건설을 시작했다. 배터리가 21세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전기차로 자동차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아시아가 주도 중인 세계 배터리 시장에 유럽이 새롭게 도전장을 던졌다.■ 아시아 독주에 유럽 “한판 붙자”현재 배터리의 최대 격전장은 전기차 분야다. 세계 각국이 내연기관 차량의 퇴출 방침을 속속 밝히면서 대체재인 전기차 수요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배터리 수요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기차의 성능과 원가를 좌우하는 게 배터리이기 때문이다.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약 50%를 차지할 만큼 그 비중이 압도적이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배터리의 충전량과 충전 속도가 가장 중요한데, 지금은 리튬 이온 배터리가 주류다. 전 세계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께 1600억 달러(약 17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같은 해의 메모리 반도체 예상 시장 규모(1490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갈수록 중요성이 높아지는 세계 배터리 시장은 현재까지 한·중·일 3개국이 주도하고 있다.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중 우리나라는 LG, 삼성, SK 3개 대기업이 지난해 총 34%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2019년 16%에서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그런데 최근 들어 유럽의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동안 배터리는 ‘개발도상국이 만드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본격적으로 배터리 신기술 개발과 양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2017년 유럽 내 독자적인 배터리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유럽 배터리연합(EBA)’을 설립한 데 이어, 2025년까지 배터리 자급자족을 목표로 내걸었다. 아시아 독주에 강력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현재 주류인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는 21세기 산업 패권을 좌우할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이 배터리는 한 번 충전에 10분 정도 걸리며, 주행 거리는 1000km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게임 체인저 ‘전고체 배터리’의 승자는?유럽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관심은 과연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를 누가 가장 먼저 상용화하느냐에 쏠린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현재 주류인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를 리튬 이온이 오가며 전기가 충전되고 또 방전되는 원리다. 리튬 이온이 오가는 도로 역할을 하는 게 전해질인데, 리튬 이온 배터리는 액체로 돼 있다. 하지만 액체 전해질은 고열에 의한 폭발 위험성과 약한 에너지, 짧은 수명이 약점이다.전고체 배터리는 이런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다. 훨씬 안전하고 고효율의 혁신적인 배터리다. 이론상으로는 1회 완전 충전에 10분 정도 걸리며, 한 번 충전으로 최대 1000km까지 주행 가능하다고 한다.가장 앞선 국가는 일본이다. 유럽 특허청(EPO)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특허의 국가별 비중에서 일본은 54%로 압도적이다. 미국(18%)에 이어 우리나라는 3위(12%)다. 기업 중에선 1000여 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 중인 일본 도요타가 가장 앞서 있다. 하지만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성공한 기업은 아직 없는 상태다. 일부 시제품을 내놓는 수준인데, 도요타와 미국 스타트업 기업인 퀀텀스케이프가 수년 내 이를 탑재한 전기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리튬 이온 배터리 시장을 주도 중인 국내 업체들도 바빠졌다. LG, 삼성, SK 3사는 늦어도 2020년대 중반까지는 차세대 배터리를 내놓는다는 전략 아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의 실제 상용화는 2030년께로 전망된다.우리나라는 리튬 이온 배터리 분야에선 세계적인 강국이지만,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다소 뒤처진 상태다. 21세기 산업 판도를 바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부산일보db■ 21세기 산업, 배터리에 달렸다배터리는 금세기 산업 패권과 직결돼 있다. 이 때문에 각국은 엄청난 투자를 퍼붓고 있다. 특히 후발 주자인 유럽은 2019년 12월 배터리 기술 개발 지원 프로젝트에 모두 32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EU 내에서는 배터리 원자재와 혁신 소재 개발 등 협업 체제 구축을 시도 중이라고 한다. 기술 선두 주자인 일본도 기업의 탈탄소화 기술 지원을 위해 2조 엔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고, 이중 상당 부분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쏟는다는 계획이다.우리나라도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능력에 대해 외국 선진 기업과 비교해 2~3년 정도 뒤처진 수준으로 평가한다. 2030년께 전고체 배터리의 본격적인 시장 형성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앞장서서 기업, 협력사, 연구기관 협업 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추세에 뒤처지면 21세기에도 핵심 기술 종속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네이버에서 부산일보 구독하기 클릭!▶ 부산닷컴 회원가입. 회원 전환하면 부산일보 지면보기 무료이벤트▶ 부산일보 홈 바로가기

• 이전글
• 다음글

• 목록
•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