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광주·전남 합동연설회가 열리는 현장에 개정치추방국민연대·대한육견협회 등의 육견단체가 '개 식용 금지 추진'을 공약한 이재명 경기지사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남수현 기자 ‘1000만 국민 범법자 만드는 개고기 식용금지 공약’, ‘히틀러식 신독재 공약 즉각 철회하라!’ 지난달 25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광주·전남 지역 합동연설회 현장에 등장한 구호다. 연설회 시작 3시간 전부터 행사장 앞엔 이같은 문구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든 대한육견협회 등 육견단체 회원 40여명과 경찰이 대치했다. 경찰관계자는 “육견단체 쪽에서 이재명 후보에게 인분을 투척할 거란 제보가 들어와 경찰력이 대규모로 동원된 것”이라고 전했다.━이재명에 뿔난 육견단체, “독재 공약 철회하라”일부 육견단체 회원들은 행사 시작 시간이 가까워지자 “이재명을 때려잡자”고 확성기에 대고 소리치는 등 항의 수위를 높였다. 이를 저지하려는 현장 관계자와 저항하는 집회 인원 사이에 잠시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육견단체들이 예전부터 캠프 사무실 앞, 순회 경선 현장 등을 따라다니며 집회를 열기는 했지만, 갈수록 시위 분위기가 격해지는 것 같다”며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어 후보 동선을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이처럼 유독 육견단체들이 이 지사를 향해 거세게 반발하는 건, 이 지사가 여권이 추진 중인 ‘개 식용 금지’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8월 경기 여주시 반려동물 테마파크 공사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제는 개식용 금지를 공론화할 단계가 되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고, 같은 달 20일 동물복지 공약 중 하나로 ‘개 식용 금지 추진’을 발표했다. ━‘李vs개 식용’, 모란시장 철거 때부터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이던 2017년, 성남 모란시장의 개 판매시설 자진 철거 작업 돌입 소식을 올리며 ″이재명은 합니다″라고 적은 SNS 글. 트위터 캡처개 식용 금지를 공약으로 앞세운 건 최근이지만 이 지사와 육견단체 간 악연은 5년여 전에 시작됐다. 2016년 이재명 성남시장은 전국 최대 육견 시장으로 유명했던 성남 모란시장 정비에 나섰다. 11개 부서에서 인력을 차출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건축물 무단 증축 등 시장 내 위법사항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무원과 상인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해 10여 차례 대화를 벌였고 TF 구성 5개월 만에 상인들이 개고기 관련 시설을 자진 철거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지사는 이때부터 SNS에 “누구도 해결 못한 50년 숙제를 해결했다”, “이재명은 합니다” 등의 글을 올리며 모란시장 정비를 집행력 과시의 소재로 삼았다.2014년 11월20일 경기 성남시청 로비에서 열린 유기견 '행복이' 입양식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동물보호센터 '카라' 임순례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이 지사 본인은 현재 반려동물이 없지만, 2014년 성남시장 시절 유기견 ‘행복이’를 입양해 키운 적이 있다. 이 지사는 이 시절부터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생명”이라며 동물보호 공약을 발표하고, 여러 일정에 행복이와 동행하기도 했다. 2018년 경기지사가 된 후 행복이를 데려가지 않아 “한번 버림받았던 행복이에게 또 다시 상처를 줬다”(안광환 당시 자유한국당 성남시의원)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 지사는 당시 페이스북에 “경기도로 데려오고 싶었지만, 개인 소유가 아니어서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文 “개식용 금지 검토할 때”…李 “크게 환영” 한국인 4명 중 1명 이상(1448만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통계(KB금융 경영연구소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이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대선 주자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낙연 전 대표도 1년 내 개 식용 전면 금지 및 점진적 반려동물 매매 금지를 공약했고,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도 개 식용 금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놨다.그러나 개 식용 금지 법제화가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생존권의 위협을 느낀 개 식용 관련 업계의 반발이 심각한 데다 여론도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업체 알앤써치가 지난달 29~30일 전국 성인 남녀 1132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개 식용 전면 금지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36.3%, ‘반대한다’는 입장은 27.5%로 나타났고 ‘잘 모르겠다’는 의견 유보층이 36.1%나 됐다. 이 지사가 경기도 주관으로 지난 6월 여의도에서 개최한 ‘개 식용 금지 및 반려동물 매매 제도 개선’ 토론회 때도 육견협회 관계자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당시 이 지사도 “항의집회를 보고 들어왔다. (개 식용 금지가)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대선주자들은 앞다퉈 개 식용 금지와 반려동물 거래 금지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법제화 전망이 밝지 만은 않다. 이제석 광고연구소 제공주춤했던 이 지사의 개 식용 금지 드라이브에 최근 탄력을 제공한 건 문재인 대통령이다. UN 총회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고 이 지사는 즉각 페이스북에 “크게 환영한다”고 호응했다. 이 지사는 지난달 30일 열린 TV토론에선 “개 식용 금지 문제에 더해 반려동물 진료수가 표준화,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자”는 공약을 언급하며 추미애 전 법무장관에게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이 지사 주변에선 한때 개 식용 전면 금지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 ‘이재명표 입법 성과’로 남기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최근엔 속전속결은 무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선 표창원 의원이 동물의 임의 도살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논의도 해보지 못한 채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엔 한정애 의원(환경부 장관)이 대표발의한 개·고양이의 도살·판매를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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