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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기정 작성일26-10-13 16:04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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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 <명상록>. 부제의 설명처럼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다. 대중을 가르치기 위해 쓴 글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잡기 위해 남긴 성찰의 기록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로마라는 거대한 제국의 절대 권력을 가진 황제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았다는 사실이다. 본인의 치적을 내세우기보다, 책의 첫 장부터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을 한 사람씩 떠올리며 그들에게서 받은 가르침을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무엇을 이루었는가보다 누구에게 무엇을 배웠는가를 맨 앞에 둔 것이다. 어쩌면 이 낮은 겸손함이야말로 막강한 권세 앞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황제로서의 삶을 지탱하게 한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너의 마음을 즐겁고 기쁘게 하고자 한다면"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121~180) <명상록>
ⓒ 정다은
이연신 배우는 <명상록>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깨달았다기보다,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어느새 잊고 지냈던 것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에서 감사함을 느꼈다고 했다. 특히 이전 선정도서였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를 읽으며 인간이 다정함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에 의문이 있었는데, <명상록>을 통해 다정함에 이성이 더해진다면 좀 더 균형 잡힌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가늠해 보았다고 했다.
한동안 자신의 무가치함 때문인지 마음에 힘이 빠져 있었는데, <명상록>이 다시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통제할 수 없는 외부의 상황에 지나치게 흔들리면서, 정작 자신의 내면을 소모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너를 이루는 세 가지 구성 요소는 몸과 호흡 그리고 마음이다. 이 가운데 처음 두 가지는 너에게 위탁된 것들이다. 오로지 세 번째 요소에 대한 소유권만이 온전히 너에게 있다." (201p)
▲ 명상록 가운데 일부
ⓒ 이연신
배우라면 수없이 들어온 '몸'과 '호흡'이라는 말에 '마음'까지 더해진 이 세 가지만 제대로 다스려도 삶도, 연기의 기본도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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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욕심이나 불필요한 생각에 앞서 배우에게 주어진 것부터 바로잡은 뒤에 무대와 카메라 앞에 서야겠다며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정다은 배우도 <명상록>을 읽으며 이전 선정도서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사후생>을 떠올렸다고 했다. 두 책 모두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방식에는 조금 다른 결이 있었다.
<사후생>이 죽음을 결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위안을 전해주었다면, <명상록>은 죽음을 의식함으로써 오히려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오늘을 어떤 마음으로 보낼 것인지를 묻게 했다는 것이다. 특히 통제할 수 없는 일에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기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에 어떤 태도로 임할 것인지에 집중하라는 가르침으로 읽혔다고 했다.
배우로서 특히 와닿았던 문장도 소개했다.
"호흡이라는 것은 공기의 흐름이고, 그 공기도 늘 동일한 것이 아니라 매 순간마다 내쉬었다가 다시 들이마시는 것이다." (44p)
호흡은 단순히 숨을 쉬는 행위가 아니라 감정과 상태를 드러내는 표현이며, 때로는 호흡에서 감정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실제 몸으로 구현하는 일 사이에는 여전히 큰 간극이 있다며 고민도 털어놓았다. 수없이 밑줄 그은 문장 중에서도 가장 따뜻하게 스며든 것은 따로 있었다.
"너의 마음을 즐겁고 기쁘게 하고자 한다면 네가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의 좋은 。들을 떠올려보라." (126p)
정다은 배우는 이 문장을 읽으며 독서클럽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장。을 하나씩 떠올렸다고 했다. 혜진 배우에게서는 어디서든 쉽게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한 기세를, 구슬 배우에게서는 상대의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는 다정함을 발견했다. 연신 배우에게서는 자격지심 없이 다른 사람의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건강한 마음과 주변을 기꺼이 돕는 이타심을 보았다.
최선한 배우에게서는 꾸밈없이 사람을 대하는 순수함과 진실함을, 나에게서는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가는 책임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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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줍게 웃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장.을 선물하듯 건네는 정다은 배우의 모습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말한 가르침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듯 보였다.
▲ 명상록 가운데 일부
ⓒ 김혜진
김혜진 배우는 책을 읽는 동안 타인의 인정과 명성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자문했다고 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고 해서 자신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해서 삶의 가치가 더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일은 기쁘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 세상에서 타인의 반응을 기준으로 자신의 가치를 판단한다면 삶은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국 외부의 평가에서 답을 찾기보다 스스로 삶의 기준을 세우고,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감각의 대상들은 늘 변하고 영원한 것이 없고… (중략) 그런 세상에서 명성을 얻는 것은 허망한 일이라면, 왜 우리는 이 세상에 남아 있는 것인가." (105p)
배우라는 삶 또한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원하는 역할을 맡지 못할 수도 있고, 기다리던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뜻대로 되지 않은 상황에 계속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다시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로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가'를 넘어, '무엇을 위해 연기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더 오래 머물고 싶다고 했다.
나만의 구심.을 확인하는 시간
나에게도 심장을 쿵 내리친 문장이 있었다.
"외부에 있는 사물은 외부에 있어서 너의 혼을 지배할 수 없고, 불안은 언제나 너의 내면에 있는 생각이나 판단에서 생겨난다." (70p)
어쩌면 아무 판단도 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우리는 남에 대해서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빨리 결론을 내린다. 판단에서 조금만 거리를 둘 수 있다면 삶의 무게가 한결 가벼워질 텐데. 우리가 겪는 고통의 많은 부분이 외부의 사건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의 인식과 판단에서 비롯된다는 .을 뒤늦게 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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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받은 인상에 무엇인가를 덧붙여 생각하지 말라'(167p)는 마르쿠스의 문장도 같은 맥락이었다. 사실과 해석을 구분하고,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실제라고 믿지 않는 태도야말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기에 더해 마음에 품고 싶었던 관.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르쿠스의 시선이었다. 우리는 혼자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우주를 이루는 다른 존재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두 발이나 두 손이나 두 눈꺼풀처럼 서로 돕고 협력하기 위해 태어났다." (43p)
인간은 공동체의 일부이며, 그렇기에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살아가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마르쿠스는 거듭 되뇐다. 작품을 하나의 작은 세계라고 본다면, 배우는 역할의 크고 작음과 관계없이 그 세계를 이루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 하나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크게 보이느냐가 아니라, 전체 안에서 내가 맡은 부분을 얼마나 충실히 해내느냐다.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하나의 우주가 완성된다.
<명상록>은 단순히 철학을 공부하는 책이 아니었다. 어떤 태도로 삶을 대하고 있는지, 공동체 안에서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알면서도 자꾸 잊는 이 물음들 앞에서, 무엇을 붙들고 무엇을 내려놓아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명상록>은 나만의 구심.을 확인하는 시간을 건네준 책이다.
'배우들끼리 독서클럽'의 여덟 번째 책은 리사 펠드먼 배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다. 선정자인 서구슬 배우는 요즘 감정에 대한 고민이 많던 차에 "우리가 그동안 감정에 대해 알고 있던 사실은 대부분 틀렸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어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다고 한다.
마르쿠스가 감정 앞에서 이성을 붙들었다면, 리사 펠드먼 배럿은 감정이 그저 저절로 촉발되는 반응인지, 아니면 뇌가 만들어내는 것인지를 과학적, 심리학적으로 탐구한다. 감정의 기원에 대한 흥미로운 물음 속으로 다 함께 들어가 볼 차례다.
독서 토론일 : 2026년 9월 22일
선정 도서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선정자 : 김혜진
참석자 : 이연신, 정다은, 김혜진, 차유진
이르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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